"언제 연감이 떠오르나요? 그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만화가가 되고 싶다며 나에게 질문을 했다.
"영감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아요."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다. 그런 날을 나도 하염없이 기다려 봤지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번 겸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영감을 기다리지 않고 그저 책상 앞에 앉는다.
앉아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쥐어짜 낸다.
그 방법밖에 없다. 영감을 얻겠다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해도 영감은 오지 않는다.
겨우 책상 앞에 앉기에 성공했다면 인터넷을 잠시 닫는다.
감자기 빨래가 돌리고 싶어도 참는다. 창틀에 낀 먼지를 닦아 내고 싶어도 참는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싶어도 참는다. 내 앞에는 펜과 종이 밖에 없다.
바로 뭔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나에게 질문을 한다.
'요즘 뭐가 궁금해?'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었어?'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내일 죽는다면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
그 질문 중에 가장 할 얘기가 많은 질문에 생각을 이어간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시간을 충분히 함께 보내지 못해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내 아이를 하루 온종일 쓰다듬으며 보내고 싶어.'
그렇게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그 것이 또 영감의 시작이 된다.
"소복아~"
불러서 나에게 질문한다. 대답을 하고 또 묻는다.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어본다. 루시드폴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어본다. 내가 할머니 였다면 어땠을까, 물어본다.
내게 질문하다 답이 잘 안나오면 만만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열 살 조카에게도 물어본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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