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드로잉
대화를 계속하면서 호크니가 '층'이라는 단어를 통해 강조하는 핵심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화가는 단순히 캔버스나 종이에 점점 더 많은 물감을 덧칠하는 것이 아니다.
참신한 생각과 관찰을 계속하면서 각각의 생각과 관찰을 통해 이전의 것들을 조정해나가는 것이다.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전에 쓴 것들을 수정하고 추가해나간다는 점에서 글쓰기 과정과도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많은 경험은 층 쌓기이다.
층 위에 또 하나의 층을 쌓는 것처럼 우리는 과거와 비교하면서 현재를 이해하고 그 이후로 더 많은 층을 더해가며 현재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우리의 관점은 변해간다.
시간과 관점이라는 이 두 요소는 경험을 다루는 우리의 모든 이미지와 서술에 개입한다.
내가 이 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수록, 호크니가 사진에 반대하는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진은 본질상 단지 아주 짧은 한순간과 하나의 시선만을 담는다.
그는 이 두 가지 제약을 산사나무를 담은 장중한 영상을 통해 다루고 있었다. 그 영상은 시간을 확장하고 지켜보기 좋은 위치에서 천천히 움직여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1980년대에 그는 폴라로이드 콜라주를 통해 같은 효과를 거둔 적이 있다. 그 사진 이미지들은 순식간에 촬영된 것이 아니라 몇 시간에 걸쳐서 그리고 공간상의 무수히 다양한 위치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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